남편의 생일상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3/12/11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열흘쯤 전부터 으슬으슬 몸이 춥더니 가장 바쁜 시기에 덜컥 감기가 찾아왔다. 나름대로 예방조치를 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한동안 경험한 적 없는 독한 놈이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무언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목을 긁어놓은 것처럼 아팠다. 당장 눈앞에 닥친 걸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무진장 버거워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가장 시급한 것들부터 정리되자마자 이때다 싶었는지 감기란 놈은 더 기세등등해졌다. 덕분에 시부모님과 만나 뵐 약속도 모두 취소하고 집에 콕 틀어박혀 요양만 했다. 뉴스에선 주말 기온이 초가을 날씨라며 이상기온을 언급했지만, 내게 지난 주말은 한겨울 중에서도 가장 추운 날이었다. 옷으로 꽁꽁 싸매고 전기매트를 뜨끈하게 틀고 이틀 내내 비 오듯이 땀을 빼고 나니 드디어 몸 상태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문제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편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란 거다. 당장 저녁상을 무엇으로 할지 계획조차 없는 상태여서 당황스러웠다. 준비한 것이라곤 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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