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 첫째가 먼저 열이 나더니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내와 제가 바로 PCR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음성(비감염)이 나왔습니다. 안도도 잠시, 혼자 둘 수 없는 첫째를 아내가 전담하고, 저는 8개월 된 둘째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피신했습니다. 공간도 분리하고 마스크도 쓰고 다녔으나 며칠 뒤 다른 가족들에게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다시 한 PCR 검사에서 결국 온가족이 확진되었습니다.
그나마 저희 주변에 어르신이 안 계시고, 회사에서 재택근무와 휴가를 쓸 수 있으며, 비상시 집근처 병원에서 대면진료를 할 수 있다는 이유 등등으로 마음이 아주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증상도 만만치 않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온 가족이 안 좋은 컨디션으로 일주일 넘게 집에 걷혀 있는 게 고역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그동안 백신도 맞고 마스크도 잘 썼고 그 흔한 외식도 거의 안 하고 부모님도 안 만났는데,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왜그리 애썼나 싶습니다. 완치된 후 자유롭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일찍 걸리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2년 여간의 저희의 노력은 정말 아무 소용이 없었던 걸까요?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1. '백신 맞고 집단면역'은 허구였나
"백신 70% 맞으면 집단면역 달성", 지난해 지겹게 들은,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안 믿는 말입니다. 12세 이상 인구의 95%가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행은 접종 전과 비교도 안 되게 커졌습니다.
이론적으로 '집단면역'은 분명히 작동을 합니다. 예컨대 저와 아내, 첫째 아들이 감염을 겪는 동안 저희집 갓난쟁이가 운좋게 감염을 피해갔다면, 저희 가족의 75%가 면역을 획득하여 '집단면역'이 형성된 것입니다. 우리 셋이 외부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감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