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

얼룩커
2022/03/30
오늘은 저에게 너무너무 힘든 날이었습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뭐라 대답할지 모르겠어요.
칼퇴가 어렵거나, 성격이 이상한 직장상사나 동료를 대하느라 지쳤거나, 일이 잘못 꼬였거나-
많은 이유로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 동지들이 오늘 저보다 훨씬 더 고되고 지치는 하루셨을 겁니다.

저는 솔직히 말하면,
오늘 일이 특별히 잘못 되었다거나
상사나 동료가 못살게 굴었다거나
야근을 오지게 했다거나
- 다 해당이 없었습니다.

근데도 왜 힘들었는가.
그러게요.
참 신기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오늘 날이 너무 좋아서, 바람이 너무 선선해서, 볕이 딱 적당한 세기로 따숩고 포근해서-
이 좋은 것들이 저를 오늘 힘들고 지치고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게요... 이것들은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분 좋게 하고 행복해지게 하는 것들인데 말이죠.
아마, 이런 아름다운 날을 사무실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네모난 파티션과 모니터, 의자에 둘러싸여 보내야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힘들고 답답하고 마음 속에 울화가 치밀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를 다녔다면 꾀병을 부리고 거짓조퇴를 하고 싶었을, 오늘은 그런 아름다운 날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퇴근 후에 일탈을 저질렀습니다.
소소하고 소심한 일탈이긴 하지만, 저에겐 꽤 효과적이었던 걸로 결론을 내야겠습니다.
직장동료가 같은 방향으로 집에 가자는 것을, 오늘 회사에서 당연히 표는 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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