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4/08/09
시모노세키에서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혹여 누가 일본 당일치기 소도시 관광지를 물어본다면, 나는 시모노세키를 추천하고 싶다. 둘러볼 곳들이 모두 걸어갈 수 있는데 그 역사도 뜻깊다.
   
우선 시모노세키 여행은 어디서 시작하더라도 가라토(唐戶) 수산 시장을 꼭 거치기 마련이다. 이곳은 주말마다 초밥 좌판이 열리기에 유명해졌다고 한다. 바로 즉석에서 물고기를 잡아 음식을 만들어 주면 노상에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시간은 평일 아침. 따라서 그저 조용한 장터였을 뿐이었다. 덕분에 바다를 옆에 낀 공원에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다.
   
벤치에 홀로 앉아 바다 반대편을 바라보면 규슈섬이 보인다. 과거 이 시모노세키가 항구로서 번창했을 무렵, 덕분에 반대편 규슈의 모지코도 부항(副港)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산업구조의 변화로 지금은 오히려 규슈 쪽이 더 큰 도시가 되어버렸다. 이 둘을 잇는 간몬교(関門橋)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 다리를 건너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바닷가 공원에서 러닝을 뛰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건강한 도시인 모양이다. 그렇게 걷다 보니 목적했던 조선통신사 상륙 기념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통신사 상륙 기념비 @촬영
사실 기대했었다면 실망했을 터였다. 그저 기념비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마도 땅을 정비하면서 조각난 자투리땅에 설치한 모양. 만약에 안내서를 보면서 찾지 않았다면 쉽게 지나쳤을 만한 장소였다. 하지만 비석에는 일본어와 한글과 영어로 각각 글이 쓰여있었는데, 그 내용이 제법 감명 깊었다.
   
지금,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선린우호의 사귐을 더욱 깊게 구축해야 할 때 조선통신사와 역사적 의의를 재인식 하고자 일행상륙의 이곳에 기념비를 세워 그 역사를 길이길이 현창(顯彰)하고자 한다.
   
2001년에 한일의원연맹 회장이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직접 비문을 썼다고 한다. 서예에 제법 조예가 깊었고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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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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