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텍스트 05] 그의 기다림, 달려감, 껴안음, 입맞춤

김명석
김명석 · 철학자
2023/03/29
모든 억눌리고 낮고 가난한 이여, 가여운 이여, 버림받은 영혼이여, 주저하지 말고 가장 빛나는 자리로 되돌아오십시오! 그대는 이미 죄인이 아닙니다. 그대는 이미 해방된 존재입니다.


예수는 세리, 불가촉천민, 창녀와 함께 밥을 먹는다. 이들은 당시 “죄인”으로 불렸다. 이들과 밥을 먹는 일은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고 서로 떨어져 고상하게 먹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 시대 그 지역에서 함께 밥 먹는 일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기대어 빵을 뜯어 먹는 일을 말한다. 왜 예수는 죄인들과 서로 어깨를 맞대고 기대어 빵을 뜯어 먹을까?

팔레스타인 지역은 로마의 식민지였기에 로마 총독은 지역 거주민에게 세금을 거둬들인다.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관료는 그 지역 사람들 가운데서 ‘세금 징수원’을 고용한다. 이들 세금 징수원의 다른 이름이 바로 “세리”다. 이들은 로마 시민권을 가진 관료가 아니기에 정부에서 별도의 삯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거주민에게 징수해야 할 세금보다 약간 더 많이 걷어 자신의 생계를 유지한다. 세리의 이러한 생계유지 방식은 압제자의 편에서 동포를 괴롭히는 ‘앞잡이’ 비슷한 일이었다.

로마제국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까닭으로 세리를 죄인으로 여기는 일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하다. 불가촉천민은 목동, 가죽을 다듬는 무두장이, 소나 돼지를 잡는 백장 따위를 가리킨다. 이들은 왜 죄인인가? 이들이 죄인인 까닭은 똥, 오줌, 피, 주검 따위를 만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만지는 것이 왜 죄인가? 율법에 규정된 정결 및 청결 의식과는 멀리 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시 종교 자체가 만들어낸 죄다. 물론 이런 관습은 그 사회에서 나름의 위생과 방역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이 밖에 농민과 노동자 가운데 십일조를 내지 않는 이도 죄인으로 불렸다. 당시 보통의 농민이 내야 하는 세금과 헌금이 35%에 달했다고 한다. 부자에게 35% 세금은 흔하고 견딜 만하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35%의 세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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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수학과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논리학, 인식론, 과학철학, 정보철학, 양자철학, 언어철학, 심리철학을 연구합니다. <두뇌보완계획> 시리즈, <과학 방법>, <논리 논리> 시리즈, <예수 텍스트>를 썼습니다. myeongseo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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