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굴레

백재민
백재민 · 포항사는 보통의 청년
2024/02/02
어느 봄날, 한문 수업시간, 나는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삿대질을 해가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당신 같은 악질 교사가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학교가 미개한 거야!” 하자마자 나는 교실을 빠져나왔다. 급우들은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한문 교사는 득달같이 나를 쫓는다.

유년시절, 부모님이 법적으로 갈라서면서 모친을 따라 학교를 경주로 옮겼다. 집은 지금의 황리단길이 자리 잡은 동네인 황남동으로 이사했다. 그 시절, 황남동은 속되게 말해서 후진 동네였다. 경주바닥에 오랫동안 눌러살던 터줏대감들의 동네였고 따라서 텃세도 심했다. 나는 부모님의 가정폭력과 이혼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위축되어 있었고 어느새 소위 말하는 왕따가 되어있었다. 왕따라는 낙인은 중학교를 진학하면서까지 따라왔다.
경주바닥이 워낙 좁은 터라 소문은 쉽사리 가시질 않는 듯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부터 시작된 낙인은 중학교를 타고 올라와 나를 괴롭혔다. 중학교로의 진학에서 같은 초등학교 동기들을 만날 리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가장 심하게 괴롭히던 녀석을 같은 학교에서 마주했고 심지어 같은 반으로 배정받았다. 그 일 하나만으로도 나는 대인기피증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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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나고 자란 포항에서 3곳의 대학을 중퇴했다. 3번의 대학중퇴를 결정하는 와중에도 정의당, 더불어민주당, 사회민주당이라는 진보정당을 거치며 대한민국의 진보정치와 청년정치를 경험해왔다.지금은 이 경험을 밑거름 삼아 해야할 일들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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