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화의 교차로에서 피어난 우정 :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2023

박인하
박인하 인증된 계정 · 만화평론가, 만화연구자
2023/12/13
만화문화연구소╳알라딘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선정작 리뷰 #2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2023

(사)한국만화가협회와 알라딘이 매월 선정된 출판만화 중에서 2023년 올해의 출판만화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 올해의 출판만화 후보작들의 리뷰를 올립니다. (2023 올해의 출판만화 선정작 전체 보기)

문화와 언어가 교차하고, 다양한 정체성이 만나는 만화.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다문화 가정의 일원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살았고 현재 멕시코시티에 살고 있는 작가가 망가 스타일로 그린 작품이다. (박인하)


"집이 싫은 게 아니라 집에 있을 때의 내가 너무 싫어. 여기 와서, 진짜 자유란 게 뭔지 알게 됐어. 여기 와서, 내가 나를 위해서 사는 법을 배우게 됐어.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히마와리 하우스) 

“옹기그릇에 도공의 손자국이 남아 있듯이 이야기에는 이야기하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다.”(발터 벤야민)*

21세기 미국 여성작가들은 만화에 사람의 흔적을 남겼다. 그들이 남긴 흔적에서 인종, 성장, 젠더 등 삶에서 마주하는 여러 고민을 읽어내게 된다. 삶의 흔적을 담긴 만화는 한 권 한 권 그 가치가 오롯하다. 사람의 흔적은 한 사람을 넘어 모두의 것으로 확장된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한국판 <히마와리 하우스>

하모니 베커(Harmony Becker)의 <히마와리 하우스>는 도쿄 쉐어하우스 ‘히마와리 하우스’에 거주하는 세 명의 외국인 교환학생의 이야기다. 화자인 18세 나오(Nao)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다. 나오에게 남아있는 일본에 대한 기억은 “콘크리트 틈새를 비집고 자라난 잡초… 오빠, 사촌과 함께 이불장 안에 몰래 숨어 있던 일… 알록달록한 빨래집게에 걸린 빨래. 내 보물 상자,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냄새”이다.

만화는 시각은 물론 촉각과 후각이 동원된 회...
박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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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한국만화, 일본만화, 웹툰, 그래픽노블 등)를 좋아합니다. 보고,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2020년부터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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