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리뷰: 부끄럼 없는 생애를 보냈습니다.

장파덕 · 20대 청년 법조인
2024/05/02
 
서양에 <데미안>이 있다면 동양에는 <인간 실격>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20대 청춘이라면 꼭 겪는 자신과 세상과의 불화를 다루는 책이라고 하더라. 교보문고에 가서 <인간 실격>이 소설 베스트셀러 3위에 있는 것을 보고,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저렇게 많은 사람이 읽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분량이 많지 않아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주인공 ‘요조’가 참 답답했다. 조금만 뻔뻔하게 세상을 마주했다면, 조금만 더 다른 사람을 믿었다면, 세상으로부터 덜 상처받았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요조와 같은 친구가 있다면 답답했을 것 같다. 어쩌면 내가 소설 속의 호리키 같은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지. 좀 재미있게 살아 보라고 서울 이곳저곳을 같이 다니고, 빨간색 짙은 공부모임에도 데려가고, 술도 마시고. 인생을 제대로 한번 살아 보라고, 너는 하고 싶은 일이나 되고 싶은 것이 없느냐고 온갖 잔소리를 했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구에 아는 동생이 떠올랐다. 그 동생이 평소 겪는 일 얘기를 들으면 늘 답답했다. 언제나 부조리한 상황을 마주하고 언제나 피해자가 되고, 사실 약간은 어리숙해 보이기도 했다.

정말 순수하고, 때로는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뭇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동생이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너무나 미숙하게 느껴졌다. 왜 항상 너는 피해자가 되느냐고, 왜 당하고만 사느냐고 호통을 쳤다. 사실 며칠 전에도 그 동생이 부조리한 상황에 부닥쳤는데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부조리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거나,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부조리에 완전히 순응하고 네 몫을 챙기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이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세상을 조금은 영악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 동생을 위해 진심으로 한 말이었는데, <인간 실격>을 읽으니 내가 뱉은 말을 주워 담고 싶어졌다. 소설 속 호리키는 요조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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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삶, 인간다운 삶에 관심이 있습니다. 정치학과 법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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