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피 엔딩이 좋아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4/03/05
아파트 정문을 나서 10분 정도 걸어, 그 사이에 횡단보도 3개를 건너면 홀이 있다.

하얗고 둥근 건물. 이름은 <비원뮤직홀>.

가끔 주민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무료 영화 상영도 한다.

얼마 전 뮤지컬 특집으로 연이어 세 편의 영화를 상영할 때, 나는 그중 ‘라라랜드’가 재밌으니 “엄마, 저 영화 안 봤지? 보고 와.” 했다.

엄마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엄마는 자식이 권하는 거면 보통 그렇다.

며칠 후 식탁에서 밥을 먹다 물었다. “엄마, 봤어?”

설거지하던 엄마는 그릇을 달그락거린다. “봤지. 공짠데.”

“볼 만 했어?”

“난 그냥 그렇더라. 해피 엔딩이 아니라서. 엄마는 해피 엔딩이 좋아.”

젓가락으로 멸치볶음을 들쑤시던 나는 그 영화의 엔딩을 생각하고, 다시 상영관 안에 홀로 앉아 영화를 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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