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의학을 경계하라

곽경훈
곽경훈 인증된 계정 · 작가 겸 의사
2023/05/27
<사기꾼과 광신자를 경계하라!>

1.
어머니에게는 남동생이 둘 있었다. 외삼촌들은 어머니와 터울이 꽤 있어 상대적으로 나와는 나이차이가 크지 않았다. 

첫째 외삼촌은 '아베 히로시'와 '오오이즈미 요'를 적당히 섞은 분위기였다. 반면에 둘째 외삼촌은 기무라 타쿠야와 오다기리 조를 섞은 인상을 지녔다. (생각하면 외할아버지부터 어머니와 외삼촌들까지 외가는 외모가 출중했다. 특히 둘째 외삼촌은 정말 잘생겼다. 안타깝게도 나는 외모에서는 외가와 거리가 멀다.) 그들은 외모처럼 성격도 사뭇 달랐다. 

첫째 외삼촌은 장난기와 반항기가 넘치고 불꽃처럼 번뜩이는 재기발랄함을 지녔다. 그리하여 지역의 학생운동권에서 나름 유명세를 떨쳤다. 다만 끈기와 인내가 부족해서 '낭만적인 혁명가' 혹은 '재미삼아 학생운동에 뛰어든 모험가'에 가까웠다. 그리고 은근히 독설가였고 상대가 화낼 때까지 장난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반면에 둘째 외삼촌은 정말 다정다감했다. 상대의 기분변화를 잘 파악했고 늘 배려하고자 노력했다. '슈거가이'란 표현이 꼭 어울렸고 학창시절부터 이성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물론 둘째 외삼촌도 끈기나 인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는 둘째 외삼촌을 편애했다. 나의 동생도 둘째 외삼촌을 좋아하고 따랐다. 그러나 나는 첫째 외삼촌과 훨씬 가까웠다. 따지고 보면 나는 아버지와 첫째 외삼촌을 적당히 섞은 조합에 해당한다. 아버지는 집요함과 끈기, 외골수 같은 고집을 물려주었고 첫째 외삼촌은 반항기, 모험심, 삐딱한 유머와 재기발랄함을 물려주었다. 그러니 나는 첫째 외삼촌과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외삼촌들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고등학생일 무렵, 둘째 외삼촌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내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막 의사로 일하기 시작할 무렵, 첫째 외삼촌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둘째 외삼촌은 서른을 조금 넘긴 즈음에 진단받고 일년 남짓 투병했으며 첫째 외삼촌은 마흔을 넘겼을 때 진단받아 쉰에 다다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외삼촌들의 ...
곽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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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메디컬에세이를 쓴 작가 겸 의사입니다. 쓸데없이 딴지걸고 독설을 퍼붓는 취미가 있습니다.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반항하는 의사들>, <날마다 응급실>,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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