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를 변론한다는 것

박상수
2023/04/16
가족이 수술을 받을 일이 있었다.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온갖 동의서에 서명을 하며 울컥 눈물이 났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야 하는 서명의 내용은 차갑고도 차가웠다. 그걸 내 손으로 해야 한다는데 멘탈이 강한 나도 손이 떨렸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그런 나를 버티게 해준건 집도의 교수님의 냉정함이었다. 여선생님이셨는데 그 단호함과 당당함에 정말이지 크게 의지가 되었다. 별 일 아니고.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수술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담담하고 묵직하게 말씀주셨다. 그 냉정함이 한껏 불안한 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수술을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수혈도 한번 없이 수술이 마무리되게 해주셨다. 내가 수혈하지 않게 해주실 수 있냐 하니. 짧게 해보겠다 하시더니 그렇게 해주셨다.

변호사 2년차에 겪은 일인데. 전문직이 어째야 하는지 느끼게 해준 사건이었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정도의 사건 기록과 사건을 볼때면. 그 선생님을 떠올린다. 내가 여기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의뢰인이 더 흔들릴 수 있단 생각에 감정을 다잡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공감을 하고. 차분하게 의뢰인을 대하려 한다. 

피해자 의뢰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피해자 대리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떤 피해자든 피해자 대리를 하는 변호사님들은 대부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그래서 한번에 많은 사건을 하기 힘들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님은 60대시다.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20년이 넘게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평생을 살아 오셨다. 정치권에서 러브콜도 있었지만. 학가협을 지키기 위해 가지 않으셨다. 피해자 가족들은 조회장님보고 오래 살아달라 한다. 나도 그러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 오래 고생해달라 말씀드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조회장님도 교육청으로 부터 소송비용 청구를 당하셨다. 소송비용 청구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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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와 함께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법률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플랫폼 정책에도 관심이 있어 플랫폼 피해 직역 단체들과 함께 구성한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까지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으로 재직했던 개업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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