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간격과 간격이 모여 - 최은영, <쇼코의 미소>
서로의 간격과 간격이 모여 - 최은영, <쇼코의 미소>
1. 쇼코의 미소
<쇼코의 미소>는 일본에서 온 ‘쇼코’와 주인공 ‘소유’의 일주일간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1학년 중 영어를 가장 잘 해서 학생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한국을 방문한 ‘쇼코 ’는, 마찬가지로 동급생 중 영어로 소통을 할 줄 안다는 이유로 호스트로 지목된 ‘소유’의 집에 서 머물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유’는 자신이 모르던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낯섦을 느끼기도, ‘쇼코’의 말 한 마디로 영화감독의 꿈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이 짧은 인연은 ‘쇼코’가 귀국한 후에도 ‘소유’와 그의 할아버지에게 열흘에 한 번 꼴로 보내오는 편지를 통해 이어진다.
‘소유’와 ‘쇼코’는 작중에서 총 세 번 만난다. 첫 번째 만남이었던 열일곱의 고교 시절을 지나 대학교 4학년 여름, ‘소유’는 ‘쇼코’를 직접 찾아간다. 그러나 어린 시절 느꼈던 강하고 어른스러 운 ‘쇼코’의 인상과 달리 그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고향 집에 묶인 채 무기력하게 살고 있었다. 넋이 나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자기 할아버지에겐 무례하게구는 ‘쇼코’의 행동에 ‘소유’는 팔짱을 뿌리치고 그 길로 한국으로 돌아와 버린다. 이후 서른이 될 때까지 변변한 영화 하나 만들지 못하고 침전하던 ‘소유’는 세 번째로 ‘쇼코’를 만나는데, 그 계기는 ‘소유’ 할아버지의 죽음이다. 이 죽음을 앞두고 ‘소유’의 가족들은 비로소 서로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진심을 조금 이나마 공유하게 된다. ‘소유’ 역시 진한 화장을 하고 나타난 ‘쇼코’를 마주하며 자신이 그의 그늘을 보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할아버지가 생전 좋아하던 모자를 쓰고 납골당을 방문한 뒤 두 사 람은 헤어지고, 자신을 돌아보며 미소짓는 ‘쇼코’를 보며 ‘소유’는 어린 시절처럼 마음이 서늘해 지는 것을 느낀다
2.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1) 관계의 불완전성
<쇼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