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상실

하늘소풍06
2023/01/24
누군가를 위해 하루 종일 저녁 메뉴를 고심하고
퇴근 길에 머리 속 그림 대로 신이나서 장을 보고
무겁게 낑낑대며 장 본 것들을 들고 가면서도
문을 열면 환한 미소로 맞아주던 사람이 있었기에
저녁은 나에게 언제나 행복이었다.

그런 사람이 떠나가고
하루 세 끼 억지로 먹다가
어느 사이엔가
저녁을 아예 거르거나 대충 때우게 되었다.

내가 싫다고 떠난 그 사람이
함께 가져가 버린 나의 맛있었던 저녁

그 부산함이 못내 그리운 
추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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