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들 도대체 정체가 뭐지?
2023/01/18
가슴해방 그 뒷 이야기
1화 내가 이렇게 뚱뚱하고 못생겼었나?
우리는 우리 가슴과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세상에 보여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검열 반대’로 해석되면 ‘표현의 자유’를 통과해 ‘포르노 찬성’으로 또 다시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폭력이 반복될 우려가 있었다. 같은 몸도 강남역 한복판에서 성차별적 정책을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자 하는 의도로 나타날 때와 파트너와 성관계를 할 때가 당연히 다르다. 그런데 그것을 여자라는 이유로 하나로 퉁쳐서 ‘음란’ 취급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당시 우리의 시위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던 대규모 시위는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소비하지 말라는 큰 취지는 통했지만 그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는 모두가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나 선글라스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 사진이 언론에 나가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시위 참여자를 불법촬영하면 시위참여자들이 또 다른 범죄의 타깃이 될까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기도 했고, 익명성을 통해 ‘여성’이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전달되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그럼 가슴해방액션을 했던 활동가들은 성희롱 당해도 괜찮아서 얼굴을 드러냈을까? 물론 우리도 모두가 얼굴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선글라스를 썼고, 누군가는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어떤 대의를 가진 활동이라도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보다 우선시될 순 없다. 그리고 얼굴을 가리는 것과 얼굴을 드러내는 것 중 어떤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도 차이가 있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의 차이, 속도의 차이를 용인했다. 성희롱 당해도 괜찮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도 내가 얼굴을 드러냈던 이유는 이 시위에서는 얼굴과 가슴이 함께 보여야 오히려 성적대상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감각 때문이었다. 숨기고, 선 긋고, 닫혀있을수록 침범이 곧 폭력이 된다. 하지만 개방되고 섞이고 쉽게 볼 수 있을 때 침범은 폭력이 되지 못한다. 이건 단순히 성차별적 검열을 반대한다는 문제는 아니었다. 안전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