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험 장소에서

새로샘 · 글 읽고 쓰기 즐기는 사람
2022/07/16


고사장 근처 카페에 들어왔다. 삼삼오오 모여서 아이와 함께 온 엄마들이 수다를 한다. 듣고 싶지 않아도 귀를 타고 들어오는 소리들이 있다.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수험생을 둔 엄마라는 공통분모가 있는데도 말이다. 대학을 보낸다면서 입시생 커뮤니티 하나 없는, 어디서 얻을 정보 하나 없이 온전히 아이의 수고에만 기대온 것이 좀 지나쳤나 싶다. 물론 1년이라는 시간, 특례입시  전문학원의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준비했다.

혹시나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못해준 건 아닌가, 기도라도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나, 그런데, 왠일인지 나는 탄탄대로를 주소서, 합격하게 해주소서, 이렇게 기도를 못하겠더라. 그저 하나님의 말씀이 발의 등이 되어 하시고, 그 길의 빛이 되어주시길, 기도하는 것 외에.

조카들 입시 때 아침부터 목이 터져라 기도했다. 하루 종일 기도했다. 매 과목 시간 때마다 기도했다. 결과는 자사고 출신의 조카(언니의 큰아들)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고, 재수를 한 둘째(언니의 작은아들) 조카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 

의외의 결과였다. 기대할만 했으니까. 마음이 아팠고 아쉬웠다. 그러나 그 녀석들의 지금을 보면, 결국은 부모마저도 모른다는 것, 그 아이들이 무얼 잘 할 수 있고, 어떤 길로 인도받을 지 알 수 없다는 것, 최대한 알려고 관찰하고 마음 쓰고 지켜보아도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큰 조카는 지금 직장인이 되었고, 둘째 조카는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아주 즐겁게 뿌듯하게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녀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물었다. 
"너는 특수아동 중에 특히 관심이 있는 분야가 어디냐?" 
"자폐특수교육이요."
"어머, 자폐면 가장 힘든 영역 아니니?"
"이모, 그럴 수 있는데요, 내가 자폐장애인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하는 것보다 할 만해요"

녀석의 대답을 듣고, 깜짝 놀라고 기특했다. 비자폐인이 자폐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저 말의 의미는 녀석이 그들을 이해하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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