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말 다르게 살 수 있을까? - 영화 <헌트>를 보고

정담아
정담아 · 읽고 쓰고 나누고픈 사람
2023/01/23
얼마 전 뉴스를 보고 작년에 봤던 영화 <헌트>가 떠올랐다. 간첩단 의혹을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소식. 이미 증거가 확보되었는 국정원 관계자의 말에 조금 놀랐다. 21세기에 간첩이? 설령 그들이 진짜 간첩이라면 이렇게 대놓고 떠벌린다는 사실이 더욱 놀랐다. 원래 간첩사건은 은밀하게 조사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둥둥 떠다녔지만 여전히 간첩과 반공이라는 단어가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내게 그것들은 영화나 역사 속에서나 존재하는 언어였으니까.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다. 그 영화가 떠올랐던 건.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 배우로서 엄청난 흥행 신화를 써갔던 <오징어 게임>의 주역 이정재의 감독 데뷔 작품에, 우리나라 미남의 양대 산맥 이정재, 정우성 투 탑, 게다가 엄청난 카메오 출연까지. 이 사실만으로 화제성은 보장되었다. 나도 궁금했다. 배우로서 성공한 사람이 만들어낸 연출도, 바라만 봐도 멋진 두 남자를 한 화면에 담아내는 그림도. 하지만 더 궁금했던 건 그 시대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야기 전개에 대한 것이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영화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 1983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제5공화국 시기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공개된 시놉시스를 기반으로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해외 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 팀 김정도(정우성)이, 안기부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 '동림'을 찾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암살, 남파 간첩, 북한의 침투와 망명, 미국의 개입, 5.18, 대학생 집회, 고문과 조작 등 당시의 시대적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5.18을 비롯해서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이웅평 귀순 사건 등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이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꼭 어딘가에 등장인물을 닮은 사람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너는 다르게 살 수 있어."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화 마지막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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