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

정인한
정인한 · 커피 내리고, 글 올려요.
2022/11/15
그날 아침에 카페로 출근하는 길은 유난히 어두운 것 같았다. 차창 밖으로 밀려오는 공기도 꽤 서늘했다.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래도 거리의 풍경은 조도만 다를 뿐 어제와 다름없는 듯했다. 중심상가 사거리에는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각자의 휴대폰의 불빛을 바라보며서 있었다. 불이 꺼진 작은 상점들은 어제의 피로를 잊은 듯 웅크리고 쉬는 듯했다. 

높은 건물의 어느 층에는 불이 켜진 휘트니스 센터가 보였다. 신호등의 파란불을 기다리는 나에게늘 눈에 띄는 곳이었다. 그날따라 등대처럼 보였다. 나는 너무 낮은 곳에 있어서 높은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움직이고 있을 사람들을 상상하면 기운이 났다. 그 기운이 나에게 온다고 상상하며, 파란불을 기다렸고 나는 신호등의 신호에 따라서 움직였다.

식당과 카페, 학원과 병원이 탑처럼 쌓인 구역을 지났다. 왼쪽으로 듬성듬성 불이 들어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서행하다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났다. 학교를 끼고 있는 사거리에는 또 한 무리의 노동자들이 출근 버스를 기다리며 한 줄로 서 있었다. 그 길에서 좌회전하고, 곧바로 우회전하면 카페거리였다. 지난 십 년을 반복했던 길, 매번 같은 듯 조금씩 변하는 듯한 거리였다. 

해가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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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비정규직 교사. 김해에서 10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년 동안 <경남도민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했다. 2021년에는 『너를 만나서 알게 된 것들』을 쓰고, 2022년에는 『세상의 모든 청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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