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정든 교단을 떠나며, 그래서 할 수 있는 이야기

가넷
가넷 인증된 계정 · 전 고등학교 교사, 현 프리랜서✒️
2023/08/03
저는 2022년 12월에 세상에 알려진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이자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평범한 시민이자 여성이며,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가족,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동료인 다른 모두와 동등한 인권을 가진 사회 구성원입니다. 2022년 12월 세종시 모 고교에서 일어난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싸워 온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2022년 12월 2일, 
교원평가 열람 후 성희롱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00이 찌찌 크더라 짜면 모유 나오는 부분이냐?’
   
사안을 확인한 직후
제일 먼저 학교 측에
교내 공론화 및 가해 학생을 찾아
계도하기 위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교내 공론화는 할 수 없으며
사안을 지켜보자’ 였습니다.
 

또한
학교도 교육청도
서술형 항목을 
익명으로 작성한 학생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2022년 12월 3일,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개설해 
공론화를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별일 아닌 듯
‘덮고’ ‘참고’
넘어가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교직 사회의 현실
교권 추락 실태를 
이제는 세상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범죄에 노출되고
실제 피해가 생겼을 때
교사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요.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언론에 보도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사 내용에 따르면,
교원평가에서 성희롱 및
인격모독을 당한 사례가
이전에도 다수 있었으나,
‘참고 넘어간’ 교사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2022년 12월 5일,
경찰에 익명의 작성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학교와 상부 기관이
가해 학생을 찾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없어
피해 교원들은
경찰 수사를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 12월 7일,
첫 번째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습니다.


1차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권 침해 피해가 인정되어
성희롱 내용을 작성한
학생이 특정될 때까지
‘병가’를 쓰는 방법으로
일단 가해자와
분리 조치 되었습니다.

2022년 12월 26일,
사이버 수사대의 수사로
학생이 특정되었고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립되어
학생은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수사 결과,
가해 학생이 과거에 저지른
추가 범죄 정황이,
별도의 경찰 조사 없이
교내에서
조용히 은폐되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2022년 12월 15일
‘중증 우울장애와 불안장애’
진단받았습니다.

극심한 신체 불편감과
불면 증세가 찾아왔습니다.

전반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교직 분위기와
민원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학교와 상부 기관의 태도,
동료 또는 불특정 다수의
2차 피해 유발하는
발언과 태도 등
교사들이
목소리는 내는 데에
제동을 걸고 제약을 두는 상황이
매우 많습니다.

교직 사회는 좁기 때문에
학교 바깥에
특정 피해 사실을 알리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교사는 무조건 참고
포용해야 한다’며
교사를 쉽게 손가락질하고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재단하는 사회 분위기도
크게 한몫합니다.

2023년 1월 17일,
2차 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해 학생의 퇴학 처분이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교권 침해 가해자 측에
온정적 처분을 하던
교육계 관례를 깬 사례로
언론에 기록되었습니다.

2023년 2월 13일,

가해자 측이 청구한
심의조정위원회에
피해자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2023년 4월 5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세종시 교육청 감사실 주무관
개인 번호였습니다.
‘사건 관계자로서
감사실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통보받았습니다.
정확히 어떤 신분으로,
어떤 사유로
출석해야 하는지
물어도 답해주지 않았습니다.
출석을 원하지 않으며
질의 사항이 있을 시
전화로 진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답만 되풀이했습니다.

감사실에 출석한
2023년 4월 7일,
끔찍하고 치가 떨리는
세 시간을 보냈습니다.


SNS 계정에 피해 사실과
사건 진행 상황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비공식 감사 대상’이
되어있었습니다.

징계할 위반 사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감사실에서는
비공식 루트로
저를 호출해
세 시간에 걸쳐
공론화 의도를 물었습니다.
피해 교원들의 단체행동
여부를 따졌습니다.
전교조 성명 발표에
관여했는지
질문했습니다.
끝내
'품위 유지 위반’ 운운하며
저를 겁박했습니다.

내가 속한 기관에서
나를 보호하기는커녕
시일이 흐른 후
비열한 방법으로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절망스러웠습니다.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 이후
사직을 결심했습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교육감이 직접 나서
대면 사과를 했지만,
정작 직접 가해자인
교육청 감사실 주무관은
그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7월 19일,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

교사는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 사실을 바깥에 알리거나
마땅한 조처를 하고
보호받는 게 어렵다는 걸
7년 동안 피부로 느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살아남은 이야기를 연재로 풀어나가 보려 합니다.





전직 고등학교 교사(~2023. 8.)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2022.12.) 했습니다. 악성민원을 빌미로 한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2023.4.)로 인해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2023.9.1.~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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