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길 찾기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4/07
출처-픽사베이
   인문학은 사람의 입을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전파되지만, 책으로 주로 전파된다. 그 책들이 모인 집이자 텃밭이 도서관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책들이 의미 없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단순히 책을 쌓아놓은 공간이라면 기능을 하지 않는 창고와 다름없다. 도서관이 폐기물을 쌓아놓은 창고와 다른 것은 쌓인 낟알들이 사람을 만나 발아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보니 도서관에 관한 책들도 많다. 그중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는 ‘도서관 인문학’에 속한다고 할만하다. 아내가 뒤늦게 문헌정보학과에 편입하여 다닐 때, 정보를 주기 위하여 도서관에 관한 책을 상당수 읽었다. 이 책은 그 중 수작에 속한다. 앞뒤 다 자르고 도서관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시간(역사), 공간(문화적 배경)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책이 어떻게 쓰여 왔는지, 오래전에 쓰인 책들이 어떻게 보존이 되어 왔는지, 장서들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늘어났는지, 각 문화권의, 각 시대의 도서관은 어떤 장서들로 구성되어 있었는지 등에 관한 것을 세세히 알려주고 있다. 도서관을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범이라 할만하다. 

    ‘도서관 인문학’이란 말이 낯설 수 있다. 인문학은 사람의 이야기다. 도서관이 단순하게 책의 집합소였다면 도서관을 인문학의 대상으로 다룰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서관은 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그 얼굴들의 배경에는 사람이 있다. 도서관은 사람들 이야기의 집합소인 셈이다. 사람...
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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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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