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헌기
2023/03/09
영화 벤허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을 '네 마리의 말을 끌고 복수를 하러 돌아온 벤허'에 비유했다. 네 마리의 말은 '천아용인'이다. 이 비유를 듣고 나는 확신했다. 이번엔 그가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걸. 간단하다. 이번에 그가 싸웠던 대상이 자당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가장 힘이 센 집권 초의 대통령이다. 이는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그었던 전선과는 전혀 다른 전선이다.

그는 전선을 잃어버렸다. 지금 본인 조차 이 사실을 망각했을 수 있다. 이준석은 민주당 입장에서, 보다 넓게는 진보진영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정치인이었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공격력이 가장 높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반대 정당 입장에선 대선 때도 지방선거 때도 상대하기 정말 피곤했다. 근데 지금도 민주당 입장에서 그가 가장 골치 아픈 정치인이냐면, 별로. 왜냐면 그는 이제 그 높은 공격력으로, 칼끝을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에 전혀 들이대지 않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SN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그가 국민의힘 대표에 도전할 무렵인 2021년 중순 이전에 SNS에 뭘 뿌리고 있었는지 찾아봤다. 진중권이랑 싸우고, 장혜영이랑 싸우고, 김어준과 싸우고, 민주당을 도발하면서, 그 와중에 본인 당내의 이상한 소리들과도 선을 긋고 있었다. 가령 '총선 부정선거론'이라든가, '극우유튜버발 과격한 소리들'이라든가. 자당의 비합리에 선을 그으면서, 동시에 칼을 진보진영에 들이댔다. 진보진영은 고장난 축음기 처럼 그에게 동어반복만 했다. "혐오의 정치를 멈추라!"

나는 이준석이 젠더갈등의 에너지를 이용한 게 바람직한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 '혐오의 정치를 멈추라', '젠더 갈라치기를 멈추라'는 규탄만 반복하는 것도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의미한 도덕적 규탄이나 하는 대신 그 현상이 어디에서 왔는지,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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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의 경제정의를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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