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살이의 이상과 현실을 느끼며

수달씨
수달씨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합니다
2023/09/03

새벽에 소란이 있었다. 자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깼는데 화장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나는 드라마 <무빙>의 한효주 만큼은 아니어도 귀가 무척 밝다.) 물을 틀어놓고 잤나 싶어 가보니, 세면대 아래 배수구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제법 많은 물이 콸콸거리며 쏟아지니 덜컥 겁부터 났다. 남편을 급히 깨워 상황을 이야기했다. 잠이 덜 깬 채로 남편은공구들을 챙겨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집에 들어오는 수도를 잠그고, 배수구를 고치고, 수도를 틀면 물이 다시 새고, 수도를 다시 잠그고, 배수구를 고치고.. 몇 차례 반복한 끝에 더이상 물이 새지 않고 고쳐졌다. 새벽 4시, 한시간 여 소란이 지나가고 우리는 겨우 다시잠을 청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나면 나는 한동안 외출을 하기 무서워진다. 다시 물이 샐까봐, 전체 수도를 잠그고 외출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한다. 겨울에 보일러가 터지는 일을 여러번 겪어왔지만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다행히, 목수인 남편은 이정도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다. 남편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로지 추위다. 남편이 추위를 무척 많이 타서, 우리는 9월이 되자마자 벌써부터 올 겨울은 어떻게 날까 걱정을 시작했다. 네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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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 합니다. 시골집과 마당을 가꿉니다.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독립출판 에세이집 <오늘의 밥값>, <어쩌다 마당 일기>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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