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속이 느린 비 오는 날들을...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4/21
실컷 자고 나 눈을 뜨면 어둑해진 공기와 불 꺼진 방안을 두리번거리다 방문을 열고 나서면 집안과 집의 밖의 조도가 비슷해져서 무슨 요일인지 몇 시인지 구분도 못 합니다
간혹, 학교를 가야 하는 건지 갔다 온 건지 밥은 먹어야 하는 건지 먹은 건지 그런 날은 유독 집안에 아무도 없어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 것 같기도 합니다.
   
스노우볼안으로 가득 차올라 느리게 흐르거나 멈추고 있는 물속으로 자꾸만 감겨오는 눈꺼풀을 들어 올릴 의지도 없이 하루를 보냈습니다. 언젠가 샤워를 끝내고 물줄기에 푹 젖은 두루마리 휴지를 탁자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잊었던 휴지는 시간이 흐르면 그만입니다.
pinterest
그런 하루 같았어요. 마르기...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언제나 겨울이었다
2.4K
팔로워 789
팔로잉 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