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와 차별을 생산하는 '혐오의 자유'와는 공존할 수 없다

수월
수월 · 시골에서 책 읽고 글쓰기
2023/08/20
[서평] 말이 칼이 될 때

'김치녀' '맘충' '된장녀' 같은 단어의 유행, 불특정 여성을 공격한 강남역 살인사건, 성소수자와 장애인들에 대한 혐오, 백주대낮에 가해지는 노인에 대한 테러, 이주노동자들을 노예 부리듯 하는 차별과 착취, 단식하는 세월호 유족의 면전에서 버젓이 '폭식투쟁'을 벌이는 행태까지, 차별과 폭력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벌어진다. 세계적으로 많은 혐오표현과 증오범죄의 사례들이 있지만 '노키즈존' '맘충'처럼 엄마와 아이를 동시에 표적으로 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사회는 식민지배와 전쟁, 군사독재와 민주화를 겪으면서 고착된 좌우의 이념갈등, 계층갈등, 지역갈등의 정도가 심한 편이다. 차이는 건강하게 경쟁하고 조율하고 합의하는 방향으로 성숙되지 못한다. 오히려 진영간의 타협없는 싸움으로 쉽게 발화되고 그 양상은 폭력적이다. 이처럼 불안한 사회적 토양위에서 민주주의는 건강한 나무로 성장할 수 없다.

특정 집단의 배타적인 이익을 위해 민주주의적 가치가 공격당하거나 훼손되는 것을 용인한다면 더 큰 비극을 가져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혐오표현과 증오범죄가 아예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적 토양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일이다.

'표현의 자유'와 '혐오의 자유'를 혼동하지 말라

법학자 홍성수의 <말이 칼이 될 때>는 혐오표현의 문제점과 규제의 필요성을 해설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모르게 일상을 파고든 다양한 혐오표현들에 무관심하거나 방관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혐오표현들에 무감각하면서 방치한다면 '나비효과'처럼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불행으로 번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특히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배제와 차별이 아닌 존중과 공존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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