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대통령은 왜 김일성대학교에서 독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찬양했을까?
2024/05/15
대동강 물굽이 흐르는 평양, 극장 국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심장과 같은 금수산태양궁과 릉라도 경기장 사이에 자리한 김일성대학교에서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라고 열변을 토하며 민주주의를 감히 열렬히 찬양했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과연 무사할 수 있었을까요? 보위부에 끌려가 갖은 문초를 당하다가 한번 가면 살아서는 나오기 힘들다는 노동교화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는지요?
이 용감한 연사(演士)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몽골 대통령을 지냈던 차히이깅 엘벡도르지(Tsakhiagiin Elbegdorj)입니다. 2013년 그가 김일성대학교에서 연설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제아무리 사나운 김정은이라 하더라도 해코지할 수 없는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고, 몽골은 북한과 오랜 관계를 맺어 온 우방 국가입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몽골인에게 '설렁고스'(한국)는 평양 정권 단 하나
몽골에서 1990년부터 다당제 정당 정치 시작돼
1990년 3월 26일 대한민국과 몽골이 정식 외교관계를 맺기 전까지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당시 사회주의 국가였던 몽골 사람들에게 '설렁고스(몽골어로 한국)'라고 하면, 김 씨 일가를 신(神)처럼 떠받드는 사회주의 왕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부터 사회주의 진영 맹주 국가 소련에서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구조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를 외치면서 개혁 바람이 불었고, 급기야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획기적 사건으로 공산 진영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이런 바깥 분위기 때문에, 그간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해 온 몽골인민혁명당(MPRP)도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입을 옛날처럼 계속 틀어막을 순 없었죠. 결국 1990년 3월 인민혁명당 지도부...
이런 바깥 분위기 때문에, 그간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해 온 몽골인민혁명당(MPRP)도 개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입을 옛날처럼 계속 틀어막을 순 없었죠. 결국 1990년 3월 인민혁명당 지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