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빈
이철빈 인증된 계정 ·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2023/03/20
나는 근 몇년간 이 사회에서 속출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이다. 영끌이 시대정신이 되고 부동산 막차를 타자던 2021년 부동산 광풍 한가운데서, 나는 그저 월세 부담을 조금 줄이고자 정부에서 보증하는 대출을 받아 조금 더 깨끗하고, 직장과 가까운 집을 살아보려고 한 것 뿐이다. 그런데, 계약할 당시에는 멀쩡하던 등기부등본에는 압류가 걸렸고, 내 보증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수조차 없다. 정말 이상한 점은, 난 분명히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는데, 아무도 미리 알려주거나 피해를 막아주지도 않았고, 책임져야할 기관들은 손을 놓고 있다가 책임을 면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에게는 그저 ‘개인 간의 계약이니 알아서 조심했어야죠.’, ‘소송을 통해 손해를 보상받는 방법밖에 없겠네요.’라는 무책임한 말이 쏟아졌을 뿐이다. 
 
그래서 기록하고자 한다. 이 시대의 수많은 청춘들은 어떻게 전세사기 피해자가 되었는지, 이것이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인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온전한 회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이 일에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당사자의 절규를 이 사회에서 귀담아듣고, 그저 소수의 일이라 치부해온 누군가의 관점을 바꿀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 사회가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다면 좋겠다. 
 
※ 본 글은 전세 엑소더스 1~3 을 기고한 이성영 얼룩커와 공동기획해서 기고하는 글이며, 저는 2021년 10월 사망한 빌라왕, 김대성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관점에서 전세 엑소더스 4~7편을 추가로 기고할 예정입니다. 
 
 
2021년 9월~10월, 이사할 결심 
직장 생활하면서 쉐어하우스 생활을 2년 넘게 하다보니 혼자 살고싶은 마음이 커졌고, 살던 집의 곰팡이가 심해진 것은 그런 마음에 불을 당겼다. 쉐어하우스를 제외하고는 월세나 전세도 계약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준비는 꽤 했다. 전월세 계약 팁을 찾아보고, 어플에서 괜찮은 매물을 발견하면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직접 떼어보면서 나름대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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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에 사망한 1,500채 빌라사기꾼 김대성의 전세사기 피해자이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온전한 일상회복과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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