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을 위한 시, 박목월 <층층계>

노쌤 · 푸른하늘을 시를 좋아합니다.
2023/07/05
요즘 중딩, 고딩들은 한창 기말고사 중이거나, 기말고사가 막 끝났거나입니다. 
시험용으로 반짝 공부하고 패쓰해 버리기엔 아쉬운 시가 있어 가져와 봤습니다.
   
우리가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 박목월 님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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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 가옥(敵産家屋) 구석에 짤막한 층층계.....
   
그 이층에서
나는 밤이 깊도록 글을 쓴다.
   
써도 써도 가랑잎처럼 쌓이는
공허감.
   
이것은 내일이면
지폐가 된다.
   
어느 것은 어린것의 공납금(학비)
어느 것은 가난한 시양대(柴糧代 생활비).
어느 것은 늘 가벼운 나의 용전(用錢, 용돈).
   
밤 한 시, 혹은 
두 시. 용변을 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아래층은 단칸방.
   
온 가족은 잠이 깊다.
   
서글픈 것의
저 무심한 평안함.
   
아아 나는 다시 
층층계를 밟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사닥다리를 밟고 원고지 위에서
곡예사들은 지쳐 내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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