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읽고 이젠 쓸 때
2023/03/09
논문의 세계에 발을 들이며 깨달은 한 법칙은, 읽는 것을 멈춰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은 대체로 다른 일에도 적용되는듯하다.
어릴 적부터 읽는 것을 좋아했다. 낱낱의 활자를 의미 단위로 변환해 정보로 저장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화장실에서 샴푸 통의 글씨라도 읽곤 했다.
다행히 부모님은 책에 인색한 분이 아니어서 넉넉히 공급해 준 교양서적을 끼고 살 수 있었다. 밤늦게 방문이 열리며 '아직도 안 자고 책 읽으면 어떻게 하냐'는 말을 흔히 들었다. 공부가 지겨우면 책을 읽었다.
활자 중독 증세는 여러모로 유익이 컸으나, 한편으로는 망설임을 늘린 것도 이 시기가 아닐까 떠올린다. 얕은 정보가 켜켜이 쌓이며 말을 뱉고 글을 쓰기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