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안 하나요?" : 보이지 않자 비로소 보게 된 것들 (6)

조영주
조영주 인증된 계정 · 소설을 씁니다.
2024/01/04

수술할 왼쪽 눈에 표시를 했다.

수술 당일이 됐다. 예전에도 그랬듯, 양갈래 머리를 하라는 말에 미리 고무줄로 묶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수술실에 도착해 보니 대기중인 환자 생각보다 더 많았다. 그 중에는 일전 입원할 때 봤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 때쯤이 되자, 이제는 머릿속이 아무 생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보다 마감은 어쩌지 하는 생각만 반복하다가 떠올린 건, 수면 내시경을 한 직후 간호사에게 마감 이야기를 횡설수설했던 경험이었다. 이번에도 또 그럴까봐 그것만 걱정이 됐다. 
   
수술실에 걸어서 입실했다. 수술실 간호사들은 무척 쾌활했다. 아무렇지 않게 서로 잡담도 나누는 것을 보자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조금 이야기를 듣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병실에 와 있었다. 
   
“그대로 꼼짝도 하지 말고! 그대로 엎드려서!” 
   
입원실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수술이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궁금한 거 있어요?”
“수술 잘 끝났나요?”
“네, 잘 끝났습니다.”
“실명 안 하나요?”
“네, 안 합니다.” 
“감사합니다.” 
“더 궁금한 거 없어요?”
“아, 지금 몇시인가요?” 
“다섯 시쯤 되었습니다.” 
   
대체 왜 몇 시인지 궁금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마취가 덜 깨서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실명은 면했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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