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 그리고 개학

홍지현 · 생각 많은 관찰자로 핀란드에 삽니다.
2024/01/15
뒤틀린 시간, 놀아달라던 딸, 휴식이 간절했던 나, 시끄럽던 윗집...

개학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마흔을 넘기니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던데... 이번 겨울방학은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것 같았다. 지난 월요일은 마침내 긴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갔다. 마음에 여유가 생겨 한숨 돌리며 방학을 돌이켜봤다. 족히 3주는 되었다 싶었는데, 달력을 확인해 보니 겨우 2주 하고 주말이었다. 긴긴 방학이 드디어 끝났다 생각했는데, 왤까? 그도 나처럼 겨울방학이 길게 느껴졌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가 방학 때 꽤 지쳤었나 보다.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바쁘다. 가족들 삼시세끼 챙기는 일은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나만 먹고 치우면 이삼십 분이면 족히 될 일이지만, 네 식구 식사준비하고 함께 식사하고 치우면 한 시간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난 대체로 두 끼만 먹는데도, 이걸 하루 세 번 해야 한다. 장도 더 많이 봐야 하니 슈퍼에 가는 빈도가 많아지거나 슈퍼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네 식구가 다 집에 있다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일도 있다. 빨래, 청소, 쓰레기 버리기는 큰 변화가 없다.

집안일과 잠자는 시간을 빼면 내게 남겨진 시간은 하루 8시간이 채 안 됐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은 컸다고 스스로 시간을 잘 보냈지만,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시시때때로 심심하다고 놀아달라고 보챘다. 아이들 둘이 투닥투닥거리며 잘 노는 듯했지만, 딸에겐 오빠만으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집안일을 해치우고 나서 한숨 돌리려고 의자에 앉으면 딸은 어김없이 내게 찾아왔다. 마치 내가 집안일에서 해방되길 기다렸던 것처럼. 함께 놀자고, 간식 챙겨달라고, 이 동영상이 재미있다고 등등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그런데 나는 얼마 안 되는 내 시간에 나를 챙기며 보내고 싶어 함께 놀자는 딸이 부담스러웠다. 

난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놀아달라고 한 적이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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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새김, 지난 일을 되돌아봅니다: 주로 핀란드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지난 이야기를 되새겨보며 숨 고르기 합니다. 제 얼룩소의 글들은 제 브런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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