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강렬한 시작이었다. 이 책은 모든 인간의 처음, 난자와 정자의 만남에 대한 통념부터 뒤집고 시작했다. 정자들의 적극적인 결투가 아닌, 난자의 능동적 선택이었다는 인간의 탄생 이야기. 이 책의 첫머리는 우리가 우리의 시작부터 잘못 이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의 통념을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들추었다.
X는 여성, Y는 남성을 결정한다는 성 염색체의 이분법적 구분도 사실과 달랐다. 남녀 지능의 우열과 능력 차이를 야기한다는 뇌의 성차도 실제로는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내가 알았던 과학의 일부는 편파적이었다. 나처럼 뼛속까지 ‘문과’인 사람에게 과학지식이란 의심해본 적도, 의심이 가능하다고 여긴 적도 없는 절대적 지식이다. 그런 지식을 뒤집어버린 것은 너무도 통쾌한 일이었다. 이 책은 과학에 무지한 나도 감히 과학을 의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절대적인 객관성이란 과학의 세계에서도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질문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어쩌면 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