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소음

악담
악담 · 악담은 덕담이다.
2023/08/26




말로 표현된 위로를 믿지 않는 편이다. 따듯한 말이든 차가운 말이든, 충고의 말이든 위로의 말이든, 말은 오염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는 글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말이 생물이라면 글은 사물(死物)에 가까웠다.  글이라는 문자가 주는 건조한 물성이 좋았다. 언제부터인가 글에 촉촉한 감성이 묻어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감성이 배제된 배열에 마음이 끌리게 되었다. 신경숙 소설을 읽는 것보다는 전자 제품 사용 설명서나 제품 영양 성분 따위를 읽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 습기를 주의하시고 건조하고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십시오 ! " 이 얼마나 아름다운 문장인가.


오래 전, 낚시 방송을 즐겨 봤다.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도 말이 없고, 낚시꾼에게 잡힌 물고기도 말이 없다. 낚시하는 과정에서 들리는 주변부의 소음만 들릴 뿐이다. 불면에 시달려 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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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악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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