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의 스잔함
2023/04/19
내 삶에 늘 익숙하고 친숙했던 것들이 어느 날 사라질 때, 씁쓸하고 애잔한 느낌이 든다. 어느 작가의 책 제목처럼 ‘합정과 망원 사이’에 살고 있고, 또 그곳에서 일하는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아니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동네 가게의 주인들이 자취를 감추고, 간판이 내려지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 없는 헛헛함을 느낀다.
굴지의 출판그룹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6층짜리 카페가 망리단길 초입에 우뚝 자리를 잡은 뒤, 내가 자주 가던 단골카페의 주인은 몇 달째 한숨만 푹푹 쉬다가 권리금은커녕 시설비도 못 건진 채 부랴부랴 팔고 나갔다. 그 뒤를 이어 그 카페를 인수한 두 청년은 처음엔 의욕을 보이며 얼마 되지 않는 손님들을 환한 표정으로 맞았으나, 어느덧 지쳤는지 창문 너머로 손님들로 득실거리는 문학동네 카페를 넋 놓고 바라볼 뿐이다.
필자 회사의 주변에는 작지만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적지 않지만, 문학동네 카페가 들어선 뒤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 아예 문을 닫거나, 문을 늦게 열고 일찍 닫는다. 간판도 없이 철학자 들뢰즈의 철학용어 ‘차연(差延)’을 명함으로 내놓으며 필자를 늘 존재론적 고민에 빠트린 U카페의 진한 에스프레소의 산미가 내 혀를 간질이고, 그 모퉁이에 보이는 테이블 3개 규모의 작은 N카페에서는 케냐와 과테말라 드립커피의 향이 내 코를 자극하며 또 그 옆의 반지층 카페에서는 모델급의 멋진 남자 바리스타가 나를 반겨주지만,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위태로운 운명이다.
이따금 스마트폰 인증이 되지 않아 장부에 연락처를 기록하면서, 얼추 하루 방문 고객을 훔쳐보니 20명을 채 넘지 않는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어쩌면 머지않아 이 카페들은 문을 닫을 것이며, 내게 스탬프를 찍어주던 바리스타들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10번 스탬프를 찍으면 커피 한 잔은 무료지만, 한 번도 제대로 챙겨 마신 적이 없다. 카페의 스탬프는 내게 단골집을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