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1/11/12
오래 전에 써둔 글인데, 이 글을 읽으시면 좀 위안이 되실까 싶어 퍼왔어요.
시점만 지금으로 바꿔봤어요.
아무쪼록 딸이라는 무게를 벗고 훨훨 자유를 얻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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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딸은 하나 있어야지.”
아들이 둘이 되면서 쉽게 듣는 말이다.

아직은 다섯 살 일곱 살, 엄마 품이 제일인 아이들. 그들에겐 성이 없다. 타고난 성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 아이들로부터 내가 느끼는 젠더가 없다는 뜻. 남자 여자가 아니라 그저 자식인 녀석들. 그저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한 녀석들. 내게는 딸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전혀 없다.

딸은 왜 꼭 있어야 하는 걸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을 어른들은 쉽게 내뱉었다. 옆집 누가 아들을 낳기 위해 애를 다섯이나 낳았다는 말은 부지기수로 듣는 사연이었다. 대를 잇는 게 아직은 중요한 어느 시절이었다.

겨우 사십대인 내가 새삼스럽게 느낄만큼 세상은 참 빨리도 변했다. 더이상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사라졌다. 생각을 겉으로 내뱉는 사람들만이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주변엔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이 더는 없다. 대신 딸은 하나 있으면 좋다는 말을 한다. 딸의 가치는 언제 이렇게 상승한 것일까.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의 딸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일까.

늘 부모를 살피고 집안일을 돌보며 엄마 혹은 아빠의 욕을 맞장구 쳐주는 그런 이미지인 걸까.

딸과 아들이 하나씩 있는 한 지인은 내게 말했다. 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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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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