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용접공입니다.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휴먼 계정입니다.
2021/10/08
처음엔 용접‘사’란 칭호가 좀 낯간지러워서 여러 형님들한테 묻곤 했습니다. “우리 직업은 왜 ‘사’짜 돌림 써요?” 여러 가지 대답이 돌아왔지만 가장 압권이었던 대사는.
 
“우리가 금마들보다 몬한 게 뭐 있노.” 
 
그 말에서 풍겨지던 온갖 느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배운 사람들의 직업을 향한 어쩔 수 없는 선망과, 그 감정을 이겨내고자 자신의 직업을 드높이고 더욱 정진하려는 의지. 땜장이가 아닌 한 명의 기술자로서의 자긍심이 느껴지던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저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용접공이라는 칭호를 고집합니다. 아직 용접사에 이르지 못했다는 의미로요.
 
냉정하게 말하자면 제 직업을 물려주려는 부모님들은 거의 없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몸 축나는 일이거든요. 여름엔 먹고 또 먹어도 살이 빠지고, 겨울엔 찬바람 온몸으로 맞아야 하고, 목이며 허리의 디스크는 계속 탈출각을 잽니다. 용접 사용하는 대부분 일터가 그렇듯 갑작스러운 산재의 위협도 있구요. 몸만 고되면 차라리 나은데, 손빨도 오지게 타서 실력이 쉽게 늘지도 않습니다. 품질 유지 하려면 집중상태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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