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주고도 이기려면 ㅡ 죄수의 딜레마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1/12
(감성적인척하는 이 글에는 전적인 Giver로 살면서 어떻게 생존게임 승리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법과 분석이 들어가있습니다.)

그와 함께 얘기하던 그 날 커피숍의 오브제. 너와의 대화가 준 통찰은 내게 귀한 열쇠가 맞았어

타과 수업을 같이 듣던 남자애에게 홀린 적이 있다.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설>을 한줄 한줄 뜯고 씹고 만지고 맛보며 함께 읽는 철학과 개설 강독과목이었다. 철학과 석사 박사 대학원생들이 청강들어오기도 했던 이 수업의 원 수강생들은 모조리 눈뜨고 조는 게 분명했으리라고. 그토록 고요한 중에 학생 하나가 계속해서 교수님과 문답을 이어가며 매시간의 수업은 진행됐었다. 말은 걔만 하고 교수님도 걔 보고 말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자 특유의 겸손한 태도를 입고 제기되는 그의 진지하고 예리한 질문들은 교수님도 나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반짝거려. 네가 있어서 좋아.



타인에게 이러는 일은 손꼽히도록 드물지만, 아름다운 것에 닿고자 할 적의 내가 언제나 정신빠져 그러하듯 나는 그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 디테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당연하게 그래야만 한다는듯 갔을테니까. 내가 기억하는 다음 장면은 그가 이후 수업끝나고 가방챙기는 나를 기다려주는 씬이다. 그렇게 매 수업이 끝나고 나와 나란히 강의실을 나오던 그의 손엔 내 책가방이 들려져있었다. 광활한 캠퍼스를 걸으며 나누었던 우리의 수많은 대화들. 



그와 친구가 된 건 참 잘 한 일이라고. 두고두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 하나라는 걸. 녀석을 떠올릴 적에 그렇고 연락을 주고받을 적엔 더 그렇고 오늘처럼 눈앞에서 마주하면 넘치도록 그렇다. 마침 오늘 녀석은 재밌는 얘길 해주겠다고 운을 떼며 누구와도 닮지 않은 고유의 특유한 저음으로 최근에 읽었다던 인공지능 논문 얘길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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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여기서부터 깁니다. 날것의 대화전문이에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분은 드물 거에요. 아 물론 재미있다면, 제 취향이십니다) 

“누나. 죄수의 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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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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