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싱글 파티

브루스
브루스 · 극단을 싫어하는 중년 아재
2023/01/23
때는 아마 2010년이었던 것 같다. 상하이의 매섭고 습한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고 MBA 2학기 중간고사 끝날 무렵이었나. 중국 친구가 나와 몇몇 중국어 할 줄 아는 싱글 외국 남자들에게 그룹 미팅을 나가겠냐고 제의를 했다. 자기 친구가 남녀 싱글 파티 같은걸 주선하는데 진짜 재미있다면서 우리보고 나가보라고 했다. 이 중국 친구가 세일즈 출신이라서 말을 아주 청산유수로 잘 해서 귀가 가볍고 타지 생활이 외로웠던 우리들은 너도나도 나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결국 나가기로 한건 나와 다른 한국 동생 하나 그리고 중국계 미국인 한 명 다해서 셋. 파티의 여성분들이 전부 중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해서 쾌재를 부르면서 나갈 수 있었다. 내가 갈고 닦은 중국어가 이럴 때도 필요하구나, 내심 뿌듯해 하면서.

싱글 파티라면 응당 저녁의 칵테일 파티, 나이트처럼 조명도 멋지게 하고, 음악도 나오면서 슬슬 흔드는 멋진 옥탑 뷰, 상하이니까 스케일도 크게 황포강 와이탄을 보면서 하는 그런 싱글파티를 상상하면서 그 날이 기다려졌다. 어디서 어떻게 모이는지는 주선자, 그러니까 우리 중국 친구의 친구가 연락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며칠 지나 연락을 받았는데 잘 모르는 주소에 시간도 꽤 이른 아침이었다. 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중국 나름의 스타일이 있겠지 생각하고 나는 인지부조화에 빠지면서 다시 저녁의 멋진 싱글파티를 상상했다.

마침내 그날이 왔다. 약속장소에 나가보니 주차장이고 큰 버스가 한 대 서 있다. 그리고 주선자로 보이는 사람이 “어서 와요”하면서 버스에 타라고 하고 있다. ‘음, 다같이 타서 어디로 이동을 하는건가’라고 생각하며 일단 버스에 별 생각없이 탔다. 우리가 좀 늦게 온것 같은데, 주선자 둘 (주선자가 남자 하나 여자 하나 였다)중 한 사람이 여자인걸 빼면 모두 남자였다. 멈칫했지만 물어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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