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밤은 어떻게 참사가 되었나?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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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1
By 최상훈(Choe Sang-Hun), 존 윤(John Yoon), 폴 모저(Paul Mozur), 빅토리아 김(Victoria Kim), 이수현(Lee Su-Hyun), 진유영(Jin Yu Young)
술 취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주변에 경찰관은 거의 없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어디선가 “밀어, 밀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은 쓰러지기 시작했다
10월 30일 일요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추모 행사. 출처: 뉴욕타임스/Chang W. Lee
큰 축제가 벌어질 예정이었다. 좀비, 공주, 히어로로 분장한 대규모 인파들이 핼러윈 행사를 위해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흥가로 모여들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거리두기가 해제된 핼러윈 행사였다.

토요일인 10월 29일, 축제 참가자들은 케이팝 히트곡이 울려퍼지는 술집과 클럽으로 달려가 분위기를 달궜고, 사람들은 이태원 인근을 휘감고 있는 좁은 골목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등 식당들이 모여 있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였다.

밤은 점점 더 광란적으로 변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골목길에 몰려들었다. 골목 폭이 3미터 남짓한 탓에 움직이기도,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밀어, 밀어"하는 외침과 함께 비명 소리가 뒤엉켜 들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이 상황을 통제할 경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들은 넘어졌고, 그 좁은 골목은 수많은 시신들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군중과 희생자의 위치는 목격자 진술, 영상, 사진을 기반으로 했다. 출처: 뉴욕타임스
이날 현장에 있던 젠 오그렌(32)씨는 클럽 문 밖에서는 사람들이 “제발 나오지 말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었다고 전했다. 안전 요원들이 사람들에게 밀지 마라고 소리쳤지만, 군중들은 쓰러진 사람들 위를 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그렌씨는 "사람들은 그저 빠져나가고 싶어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결국 150여 명이 인파에 짓눌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희생자 대부분은 20~30대였다.
150명이 숨진 이태원의 골목. 폭은 겨우 3.3미터다. 출처: 뉴욕타임스/Chang W. Lee
역대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될 이번 사고로 인해 ‘첨단 기술, 문화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인파를 통제해야 할 치안 당국의 대비는 물음표를 남겼고, 만성적인 인재(人災)가 또 다시 발생하고 말았다. 이 사고는 또한 궁지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안 그래도 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고 있고, 사임을 요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주말마다 점점 더 많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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