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엄마와의 동행 20] 우리 집 리모컨 변천사

survivor
survivor · 나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을 것이다.
2024/03/20
엄마는 원래 예전 맑으실 때 부터 지독한 기계치였다.
건전지 하나도 본인이 못 갈아끼우고
잘못 만지면 고장난다며 할 의지도 없으셨다.

설 연휴에 모시고 있어보니
뉴스가 많이 나오는 KBS1 채널을 주로 보시더라.

- KBS1 틀어줘.
+ 엄마 9번 눌러.
뉴스를 안해서 다른 뉴스 채널을 틀어놓으면 또
- KBS1 틀어줘.
+ 엄마 9번 눌러.

엄마는 리모컨을 들고도 계속 KBS1 틀어줘만 반복했다.
연휴 내내 난 엄마의 리모컨이었다.
KBS1 노이로제 생겼다.

모시기로 했으니 리모컨부터 손봐야 했다.
전원과 음량, 채널, 9번에 'K'자까지 써드렸다.
기본 네 가지 버튼이야 엄마집 리모컨이랑 뭐가 다르겠나 싶었다.
그런데 펫TV 속 엄마는 항상 OTT 넷플릭스 화면에 갇힌 채 나가질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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