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인기 없는 작가 N · 오늘도 키보드에서 발버둥 치는 글쟁이
2024/03/17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졸업한 게 엊그제 같은데 다들 취직한 지 꽤 시간이 지나 이젠 제법 '사회인' 티가 난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바뀐 건 아니다. 다들 허물 없고,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다. 고등학생 때처럼 다 같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군대 얘기 하고 -고등학교 졸업했을 때는 군대를 '갈' 얘기를 했지만- 스포츠 얘기하는 등 시답잖은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

유일하게 바뀐 건 우리가 먹고 마시는 메뉴였다. 고등학교 때는 치킨 한 마리로 네 명이서 다투며 "너는 닭다리, 나는 가슴살. 오케이?"하는 식으로 나눴는데, 이제는 먹고 싶으면 한 마리 더 시킨다.
고등학교 때는 콜라를 마셨다면, 이젠 맥주를 마신다. 그것도 마음 놓고.

우리가 부자라서 마음 놓고 치킨을 더 시키고 음료를 더 시키는 게 아니다.
그저 부모님의 용돈을 받던 우리가 회사나 고객에게 돈을 받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러다 대뜸 한 친구가 말했다. "오랜만에 PC방이나 갈까?"라고.

PC방. 고등학교 때는 정말 많이 갔었다. 게임이 뭐가 그리 재밌다고 야간 자율학습에서 도망치고 PC방에 갔다가 선생님한테 붙잡히고... 그랬었다.

슬슬 배도 차고 취기도 좀 올랐겠다, 다들 오랜만에 PC방에 가기로 했다. 얼마만에 가본지 모르겠다. 마지막에 PC방 갔던 게 2~3년 전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간 PC방은 바뀐 게 별로 없었다. 나 때도 -이제는 나도 '나 때'라고 말할 나이가 된 건가.- PC방 시설은 좋았고, 담배 냄새는 거의 안 났고, 이것저것 시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었으니까.

"몇 시간 할래?"

친구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예전 감각 살려서 열 시까지는 해야지. 혼자서 나인 투 탠(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열 시 까지 게임하는 것. 미성년자는 오전 아홉시부터 PC방에 들어갈 수 있고, 오후 열 시에는 나와야 해서 그랬었다.) 도 했는데."

내 말에 다들 좋다고 하며 기세 좋게 PC 방에 만 원을 충전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고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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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콘텐츠 관련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웹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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