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따러 가자> : 고립과 불안을 견디게 할 인디언들의 지혜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4/02/06

아주 먼 옛날, 드넓은 평원에 얼굴 붉은 사람들이 살았다. 그들은 버펄로(물소) 가죽으로 천막집을 짓고, 뿔로 숟가락을 만들고,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살코기를 요리하여 밥상을 차렸다. 버펄로는 그들의 의식주였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운 땅에 버펄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범인은 얼굴 하얀 사람들. 침략자들은 뻔뻔했다. 얼굴 붉은 사람들이 농사지을 땅을 내어주자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며 땅에 울타리를 치고 자기 소유라고 주장했다. 총과 여호와를 앞세워 인디언들의 삶을 마구잡이로 짓밟았다. 야생은 야만이요 문명은 위대한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강의 물살을 막아버리고 산을 깎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2년 동안 355만 마리의 버펄로를 죽였다. 살육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사냥 실력을 자랑하기 위해서 실탄을 난사했을 뿐이다.

문명은 실로 잔인했다. 얼굴 하얀 사람들은 야욕을 숨기지 않았고 매번 약속을 어겼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자연을 벗 삼아 살던 사람들은 사랑하는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피 튀기는 전쟁의 끝은 학살과 절멸이었다. 그렇게 죽은 자들은 침묵 속으로 사라졌고, 살아남은 자들은 ‘보호 구역’으로 쫓겨났다. 지독한 패배. 인디언들의 몸에는 상처가 각인되어 있지만, 수만 년 전부터 내려온 언어는 기어이 실패를 딛고 일어나 고통받은 영혼들을 어루만진다. 혐오로 얼룩진 세상의 중심에서 자유와 사랑이라는 오래된 가치를 전하고, 공존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인디언들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살아간다. 매년 반복되는 생일이 아닌 더 나아짐을 축복하고, 친구를 일컬어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부른다. 자연은 후세대로부터 빌려 쓴 것이기에 훼손하지 않고 물려줘야 한다는 믿음을 실천한다.

이 책의 제목 ‘딸기 따러 가자’는 모호크 인디언 할머니가 새벽녘에 가족들을 깨우며 하는 말이다. 남자들은 일자리를 구하러 외지로 나가 여러 달 소식이 끊기고, 여자들은 아이들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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