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소극적인' 나?
2023/03/22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공포가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뭔갈 진행하거나 발표해야 하는 상황을 극도로 피한다.
그래서 대학 와서 1인 과제로 ppt 발표하는게 너무나도 고역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교 2학년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생이라는 작자가 나에게 발표를 시킬려고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고 선생은 발표를 하지 않는 나에게 그렇다면 발표를 할때까지 앉히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나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서 있었고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그 느낌은 아직도 남아있다. 어쩌면 그게 트라우마가 되었을지도.
이 글을 쓰면서 적당한 이미지를 찾기 위해 구글에 들어갔는데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발표공포증'이라고 검색하면 어떻게든 '대인기피증'이라는 이미지가 나오고 어찌저찌해서 글도 그런 뉘앙스로 쓰여진게 종종 있다. 나는 그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게 무서울 뿐인데 이걸 대인기피증이라고 정의내리다니. 저는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있거든요? 사람들은 이런 나의 발표공포증을 ...
5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고,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씁니다. 청년정책 및 거버넌스 관련해서 활동하는 활동가이기도 하고요, 정당에도 몸담고 있는 중이에요.
instagram @minjun7682
민준님 알림 잘 가나요?ㅋㅋ
@김민준
[합평]
평소 사회적 이슈 글들을 주로 쓰시는 걸로 기억하는데 갑자기 얼에모에 등장하셔서 놀랬습니다. 박선생님의 글에 공식적인 언급이 없어서 1일 스페셜 게스트인지, 사실은 5회 내내 하고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있다가 도저히 견디지 못해 참석하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쓰신 글을 보면서 덕분에 민준님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된 것 같습니다.
발표를 시키고 계속 서 있도록 지시한 교사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는 것, 좋은 의미의 집중이 아니라 부정적이고 의문을 품은 시선들이었다는 것에서 충분히 트라우마 형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몬스님의 글에서는 유학생활을 통해 프랑켄슈타인 >> 치유계라는 전혀 새로운 캐릭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나타나 있어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의 나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자아를 형성하게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민준님의 경우 '발표' 라는 새롭고 힘든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나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나의 모습을 '계속 유지해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얼마든지 올테면 와봐라. 들어와 들어와. 나는 어떻게든 발표를 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 낼테니..'
이런 성향으로 추측해보건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민준님은 내성적인 성향이지만 생각과 주관이 매우 분명하고, 자신의 의지를 쉽게 굽히지 않는 캐릭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성향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글을 쓰는 시민 기자라는 사회적인 역할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조금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지만, 자신의 약점을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꿋꿋하게 유지해나가는 이런 모습이 강점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민준님의 에세이를 얼에모에서 만날 줄이야!! 일단 넘 감사해요!! 2000자에 조금 못 미쳤지만, 스페셜 멤버시니 용서(?)해드립니다. 하하
글쓴이는 대학 시절 적었던 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요. 초등학교 2학년에 잊지 못할 사건으로 인해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된 사람. 그 사람은 대학을 가서 1인 ppt를 하며 고역을 치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할 만큼, 글쓴이는 큰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트라우마가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는 것에도 분노를 느껴요. 발표공포증과 대인기피증은 분명 다른 데도 불구하고, 같은 것으로 취급받고 검색되는 것에 답답해 하죠. 트라우마는 의도치 않게 갖게 된 것인데도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대상이 된다는 것에도 많은 부당함을 느끼고 있어요. 저도 읽는 내내 답답하고 속상하더라고요. 타인이 가진 공포를 너무 대수롭지 않게, 두루뭉술하게 받아치는 사람들. 분명 그것도 일종의 언어 폭력인데 말이죠.
대학에서는 절대 노력하지 않겠다고 했던 건, 아마도 대학이 한시적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에 반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직장에서 글쓴이는 능숙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맞는지 의문을 품고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업무의 연장선이기에 결국 정면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것이죠.
직장의 특성이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렇게 다짐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설명이 많이 빠진 느낌이라 좀 아쉬웠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의 변화 과정을 서술해주신다면 독자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급격한 심경의 변화인지라.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왜 능숙한 사회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더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트라우마를 평가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그게 왜 그른 생각인지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근사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아마 민준님이 평소에 잘 쓰시는 글이 그런 스타일이라 그런 걸까요? 하하 그런 것도 있지만 그 분노가 무척 정당하다고 느껴져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그 쪽으로 글을 전개해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마지막 얼에모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민준님의 에세이를 마주하네요.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수고 많으셨어요!
[합평]
민준 님의 얼에모 참여에 반가움을 먼저 표합니다. 환영합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꽤 오랫동안 삶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트라우마가 아니었어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만으로도 말이죠. 저 역시도 어린 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가 꽤 오랜 시간 삶을 좀먹었으니 말이죠.
민준 님의 약점, 말하기에 대한 공포를 실감나게 잘 묘사해 주셨네요. 발표하는 걸 힘들어 하는 한 어린이에게 발표하지 않으면 앉히지 않겠다고 강요하던 한 선생님의 추풍같은 눈도 느껴지는 것 같고.
어렸을 때부터 발표에 어려움이 없던 저로서는 민준 님이 겪었던 힘든 상황을 온전히 공감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해주신 것처럼 꼭 모든 사람이 발표를 잘해야 하나에 대해서는 약간 물음표가 남는 것 같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발표까지는 아니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할텐데.
발표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성과를 상대적으로 덜 인정받는 경향이 있죠. 그렇지만 그게 꼭 발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싶습니다. 술자리를 어려워 하는 사람, 회식의 분위기를 잘 못 맞추는 사람 등 각자만의 평가 기준이 있기 마련이고, 과연 그 평가 기준이 합리적이냐 그러지 못하냐를 따질 뿐이겠죠.
결국 자신이 감수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넘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얻게 될 불합리를 감수할 수 없다면, 어떻게든 노력해서라도 극복하려고 할테니까요.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스스로 감수한다면, 자신의 선택을 고수하게 되겠지요. 저 역시도 저만의 감수하게 되는 영역이 있더라고요. 감수할 만하니까 감수하는 거겠습니다만.
발표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면, 노력할 이유를 찾을 때까지 좀 더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불편한 걸 억지로 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마음먹으셨으니, 부디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마음을 잘 추스리실 수 있게 되길 바라봅니다. 마음을 잘 추스리실 수 있게 된다면, 발표에 대한 공포도 상대적으로 좀 덜해지지 않을까 싶은.
얼에모에 오신 걸 격하게 환영합니다! 2천자에서
조금 모자라지만, 특별 멤버이시니 봐드리겠습니다?! ㅋㅋ 글 넘 좋네요!
얼에모에 오신 걸 격하게 환영합니다! 2천자에서
조금 모자라지만, 특별 멤버이시니 봐드리겠습니다?! ㅋㅋ 글 넘 좋네요!
[합평]
민준님의 에세이를 얼에모에서 만날 줄이야!! 일단 넘 감사해요!! 2000자에 조금 못 미쳤지만, 스페셜 멤버시니 용서(?)해드립니다. 하하
글쓴이는 대학 시절 적었던 글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요. 초등학교 2학년에 잊지 못할 사건으로 인해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된 사람. 그 사람은 대학을 가서 1인 ppt를 하며 고역을 치르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할 만큼, 글쓴이는 큰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트라우마가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는 것에도 분노를 느껴요. 발표공포증과 대인기피증은 분명 다른 데도 불구하고, 같은 것으로 취급받고 검색되는 것에 답답해 하죠. 트라우마는 의도치 않게 갖게 된 것인데도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는 대상이 된다는 것에도 많은 부당함을 느끼고 있어요. 저도 읽는 내내 답답하고 속상하더라고요. 타인이 가진 공포를 너무 대수롭지 않게, 두루뭉술하게 받아치는 사람들. 분명 그것도 일종의 언어 폭력인데 말이죠.
대학에서는 절대 노력하지 않겠다고 했던 건, 아마도 대학이 한시적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에 반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직장에서 글쓴이는 능숙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맞는지 의문을 품고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업무의 연장선이기에 결국 정면으로 승부를 보고 있는 것이죠.
직장의 특성이 이해가 가긴 하지만 이렇게 다짐하게 되기까지의 과정 설명이 많이 빠진 느낌이라 좀 아쉬웠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의 변화 과정을 서술해주신다면 독자가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급격한 심경의 변화인지라.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 왜 능숙한 사회인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더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트라우마를 평가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그게 왜 그른 생각인지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근사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아마 민준님이 평소에 잘 쓰시는 글이 그런 스타일이라 그런 걸까요? 하하 그런 것도 있지만 그 분노가 무척 정당하다고 느껴져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그 쪽으로 글을 전개해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마지막 얼에모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민준님의 에세이를 마주하네요.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기를 고대하며...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