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단상(斷想) - 생각에 숨통 틔우기

남진열
남진열 · 뮌헨살이
2023/05/01
Ⅰ.
눈을 뜨자마자 이곳저곳 더듬는다. 고도근시, 안경을 찾아야 일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식수술을 조금 일찍 받은 편이다. 약 30년 되었다. 라식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한 면이 있었다. 그 중의 한 가지는 실내 공간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무분별한 평가였다. 아마 건방지다, 싸가지가 없다 로 기억된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선글라스를 끼고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실내 공간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지하철, 식당, 서점 :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당시 라식수술을 하면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조건 일주일 정도는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했다. 밤에 잘 때도 선글라스를 쓰고 자야 한다. 그런데 그건 나의 사정이다. 상대방은 사정을 알지 못한다. 일일이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나를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다. ‘싸가지가 없군, 건방지고 못 배운 놈....’
   
그 이후 나는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을 절제한다. 
생각에 틈이 생기고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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