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나라의 난임 병원 졸업생 8] 육아는 '인스타그래머블'할까

정민경
정민경 · 잡문 쓰는 사람.
2024/04/22
1. 결론부터 말하면 육아는 누군가의 피드엔 전혀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겠지만, 누군가의 피드에선 매우 인스타그래머블하다.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 어쨌든 육아 역시 다른 콘텐츠 분야와 마찬가지로 '필터버블'(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제공되는 정보에만 의존해서 사용자가 자신만의 거품에 가둬지게 되는 것)이 적용된다.

*인스타그래머블: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영단어 'able'을 합쳐 만든 조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이다.  

2. 우선 육아가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과거의 내 생각이다.

저출생의 이유는 한국의 경쟁적 문화, 교육 시스템, 소극적인 정부 정책, 기업 문화의 문제, 아이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젠더 갈등 등 수많은 이유가 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아기를 낳기 전 나에게도 육아 콘텐츠는 '인스타그래머블'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육아가 남들 보기에 부러움을 살만한 것이나 '좋아요'를 많이 받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는 말이다.
현재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 알고리즘에 의해 많은 게시물이 육아와 관련된 콘텐츠다.
3. 나 역시 많은 사람들과 같이 멋진 라이프 스타일을 원했고 자신의 삶의 많은 부분이 '인스타에 올려 좋아요를 받을 만한 것'이길 원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명품을 사는 이유도 그렇고, 주말마다 1~2시간을 웨이팅을 해서라도 핫플레이스에 가서 사진을 찍기 원한다. 맛집은 맛만 있어선 안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만 한 외관과 음식 비주얼도 갖추어야 한다. 전시회 역시 사진을 찍을만한 곳이 많아야 인기가 있고 잘 팔린다. 캠핑이나 등산, 서핑 등도 자연을 즐긴다는 명분도 있지만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 인기가 있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여행 같은 활동이라면 적극 참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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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콘텐츠 이야기 쓰는 기자. 휴직 중 에세이를 쓰고 있다. 무언갈 읽고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다. 이메일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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