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면도에 도전하기로 했다.

천세곡
천세곡 ·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2024/08/13
*출처: Photo by Sander Sammy on Unsplash


나의 수염은 얼굴의 반을 덮는 ‘산적 수염’이 아닌, 조금 옹졸해 보일 수도 있는 ‘이방 수염’에 가깝다. 숱이 많은 것도 아니라서 20대에는 일회용 면도기로 대충 밀면 충분했다.

  30대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전기면도기를 장만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첫 월급을 탔을 때 나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로 샀던 것 같다. 가격은 가장 저렴한 편이었지만,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비누 거품 없이 건식으로 쓱쓱 밀면 되었기에 출근 준비 시간을 확 줄여줘서 좋았다.

  30대 중반을 넘어서자 본격적으로 수염이 굵어졌다. 매끈했던 부분에도 나기 시작해 검은 수염이 차지하는 면적이 확 늘어났다. 기존에 쓰던 전기면도기로는 깔끔하게 밀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돈을 좀 더 들여서 절삭력이 좋다는 상위 모델로 업그레이드했다.

  40대 초반까지 그 전기면도기를 사용했다. 수염은 점점 더 굵어져 업그레이드 한 모델로도 깔끔하게 밀리지 않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직장인이었던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기면도기 덕분에 나는 잠을 무려 5분이나 더 잘 수 있었으니까.

  가끔은 날면도기를 사용한 적도 있다. 주말에 결혼식 같은 중요한 모임이 있을 때가 그랬다. 더 깔끔한 면도를 위해서다. 다중날이라고 광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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