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의 색깔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4/04/08
출처-네이버 영화
  인도 영화 <런치박스>(2013)에서 일라(님랏 카우르)는 사잔(이르판 칸)에게 편지를 쓰듯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줄 수 있대요.”   맞는 말 같다. 정확한 시간표대로 운행하는 기차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타고 온 자리가 생의 현재인 것 같지는 않다. 잘못 탄 기차가 많았고, 제 시간의 것을 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중간 기착지마다 기차가 정차하는 시간에 잠시 내려 한눈을 파는 사이에 기차의 시간이 늦추어졌거나 심지어는 국수 한 그릇 먹는 사이에 출발해버려 다른 기차를 타야만 했다. 현재의 자리와 풍경은 생의 기차에 처음에 오르면서 오고자 했던 자리도 아니고 풍경도 아닐 것이다. 

    잘못 탄 기차는, 권태에서 벗어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매일 아침 타야 하는 기차, 매일 저녁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는 권태의 다른 이름으로 어울릴 것 같다. 매일 탔던 궤적의 기차를 타지 않고 다른 기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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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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