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된 딸이 찍었다, 글 쓰는 아버지·그림 그리는 어머니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9/13
▲ 작은새와 돼지씨 포스터 ⓒ 필름다빈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대단했던 시절이 있었다. 방송국이 얼마 없고 프로그램도, 심지어는 텔레비전조차 귀했던 시절 이야기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에서 세상만사 모든 이야기를 다 찾아볼 수 있는 요즘 같은 때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카메라가 귀하니 앞에 서는 건 늘 대단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대통령부터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어쩌다가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까지, 주변에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을 텔레비전에서 보는 건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카메라는 그렇게 권위가 됐다. 특별한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는 도구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권위가 깨져나가는 시대다.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전파를 산 이들만 쓸 수 있다고 여겨지던 공중파 방송의 권위를 케이블 채널들이 위협하더니, 이제는 아예 골방에서 카메라 하나로 찍고 편집하는 각종 크리에이터들이 방송국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너도나도 방송국이 되고 특별한 사람이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시대다. 모두가 모두를, 전 시대의 권위는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 작은새와 돼지씨 스틸컷 ⓒ 필름다빈

딸이 찍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

여기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카메라를 든 건 어느 가정의 다 자란 딸이다. 1985년생으로 실험적인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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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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