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3개월, 저글링 따위 하지 않기로 했다

임주리
임주리 · 신문기자
2023/02/14
너덜너덜하다. 복직한 지 3개월하고도 3일, 내 상태다.

1.
육아휴직 기간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으면 빨리 회사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복직을 앞두고선 두려움보다 설렘이 훨씬 더 컸다. 이런 말을 하면 친구들은 하나같이 '아이와 있는 시간을 최대한 즐기라'고 했다. 제각각 경험을 들려주며 겁을 주기도 했다. 

워킹맘으로 사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아, 상상 초월이니 각오해야 해. 
자기계발? 쓰러지고 싶지 않으면 당분간 접어두는 게 좋을 걸. 

종합하면, 워킹맘의 삶은 일-육아-집안일의 저글링이라는 얘기였다. 자칫 공 하나를 떨어뜨리면 다 떨어뜨리게 되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을 굴려야 한다는 것. 자기계발이라든가 여행 같은 '다른 공'을 끼워넣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을 테니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알겠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는 몰랐다. 복직 100일도 되지 않아 손에 잡고 있던 모든 공을 떨어뜨려 넉다운이 된 나를 보게 될 줄은.

평일엔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실 시간이 없드아...


2.
새벽에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 쉴 틈 없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덧 어린이집 하원 시간. 제발 꼴찌 픽업만 아니길 바라며 달려가 아이를 데려온다. 저녁을 먹일 때쯤 남편이 온다. 씻기고 조금 놀아주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밥을 대충 먹고 아이를 재운다. 집안을 대충 정리하면 어느덧 11시. 다른 그 무엇도 할 겨를이 없다. 그대로 침대로 꺼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너덜너덜이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친정도 시댁도 멀어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 않다. 애가 열이 나는데도 병원에 가보지 못 하고 해열제만 먹여 어린이집에 보낸 적도 있다. 회사에 "아이가 아파서요"라고 말하기는 정말이지, 너무, 싫다. 며칠 전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딱 한 번, 처음으로 말해봤다. 그나마 친정 엄마가 때때로 도움을 주지 않으셨다면, 난 진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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