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senti_bot
senti_bot · 잠수부
2022/11/27
감성의 말세를 야기한 것은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태동과 함께 나타난
오글거리다를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단어의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세상과 존재와의 아름다운 언어들을
폭력적으로 매도해버렸다

우리는 내장을 잃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지나
진지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마르크스의 예언대로 였을까
소외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지성주의로 향하는
거친 말고삐를 놓아버리고

머릿속의 거친 안개만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우리의 평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윽고 외로워진 사람들은

공감이라는 껍질과
얇디얇은 자존감을 둘러

온열의 감각에서 실존을 느끼며

공허하고 외로운 이 우주에서
쌀쌀함을 잠시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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