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없는 사람들과 회귀, 빙의, 환생

이재민
이재민 · 웹툰 읽고 글 쓰는 사람
2023/01/16
구글에 '고향'을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 필자 캡처
보통 “고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위 구글 캡처 화면과 비슷하다. 왠지 시골의 풍경이 떠오르는 '고향'이라는 이미지는 말 그대로 '돌아갈 수 있는 곳'에 해당한다. 변화하지 않거나 아주 느리게 변화하는 공간, 마음의 안식처이자, 내가 나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정체성의 기둥과 같은 공간이 곧 고향. 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이건 스토리 작법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나타난다.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 갖은 고초를 겪고 성장하여 성장(레벨업)하고, 또 진귀한 보물이나 영약을 얻고 나서 하는 일은 귀환이다. 이영도의 전설적인 작품 <드래곤 라자>에서도, 전민희의 데뷔작 <세월의 돌>에서도 모험을 끝낸 사람은 반드시 마을로 돌아온다. 그만큼 고향은 한 사람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근원적인 무언가였던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열 두 단계', 표는 필자 제작
* 재건축 재개발과 고향 없는 사람들

하지만 80년대에서 90년대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에게는 고향이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건 '실향'과는 다르다. 고향은 그대로 평화롭게 존재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 공간이 아닐 확률이 아주 높다. 내가 기억하고 내가 자라나며 추억을 만들었던 공간은 모두 사라져버린 공간이 남아있다.
서울시 연구데이터서비스 주택건설실적자료, 1990~2011
고향이 아주 느리게 변화하거나 변화하지 않는 곳을 의미한다면 적어도 이 세대에게 그런 의미의 고향은 없다. 그저 부모님이 계신(높은 확률로 어릴적 살았던 공간이 아닌) 집이 있을 뿐이지, '나'를 포용하는 공간으로서의 고향은 없어졌을 확률이 아주 높다.이건 숫자로도 확인된다. 서울시 연구데이터서비스의 주택건설실적 자료를 보면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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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과 콘텐츠를 보고 글을 씁니다. 2017, 2019 만화평론공모전에서 수상했고, 웹툰 웹진 웹툰인사이트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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