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의 원인을 알아야 청년이 보인다.

천현우
천현우 인증된 계정 · 휴먼 계정입니다.
2022/02/10
글을 쓰기 전까지 고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할 일은 이렇게 밖으로 문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겁니다. 이런 글을 쓰는 자체가 본분에 충실하지 못함을 자인하는 셈이지요. 청년문제는 이러한 고발 행위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글로 녹이지 못 한 수많은 청년들의 삶은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묵묵히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분들이 부당하게 비판 받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인즉. 현재 청년층이 과거 그 어느 세대보다 냉소가 만연한 세대를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이를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번 해 여러 경험을 통해 청년문제가 실제 직관과 다른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가령 성별 갈등의 화약고 중심에 있는 듯한 청년층은 다른 어떠한 세대보다 성평등의식이 높습니다. 언뜻 능력주의의 전도사로 보이는 청년층은 사실 불평등과 차별에 가장 많이 반대합니다. 기득권 청년을 상징하는 숫자 20과 대다수 청년을 대변하는 숫자 80 사이엔 사실 ‘꽤 많은 인구를 차지하며 꽤 많이 가진’ 20-30% 사이의 계층이 존재했습니다. 교육 수준은 높고 정보 습득 또한 빠르며 중년층과 달리 여러 가지 정책의 혜택도 받습니다. 저는 과거보다 현재가 대다수 청년이 살기 좀 더 괜찮은 환경임을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왜 청년들은 현재가 지옥이라고 할까요. 수많은 진단도 있고, 저도 15%의 성과 85%의 평야라는 비유를 들기도 했지만 이번엔 조금 다른 주제로 접근해보려 합니다. 

현 청년들의 부모 세대인 5060대의 부 75-80%는 상위 30%에 몰려 있습니다. 단순히 셈해봐도 나머지 7할에 달하는 청소년들은 부모님 덕 거의 못 본 채로 청년이 되어 사회로 나옵니다. 내세울 자원은 오로지 열정과 성실함뿐이죠.
 
문제는 그들이 맞이할 사회란 열정과 성실함의 값어치가 땅바닥으로 떨어진 세상입니다. 여기서 현미경을 잘 들이대 보아야 합니다. 청년들은 86세대처럼 악바리로 일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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